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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선 "포기하지 말아요"




처음 이 글의 주제를 받고, 지금까지 나는 쭉 ‘절망적이었던 순간’들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난 몇 년 간 나를 간접적으로 아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체를 통해 듣고 읽으신 것이 나의 그 ‘절망’적이었던 순간들과 그 이후의 이야기였을 텐데, 내가 또다시 그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 풀어간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도 ‘지루한’ 작업처럼 느껴졌다.

대학 4학년에 만난 사고로 시작되어, 전신 55퍼센트 3도 화상, 그리고 이제는 20회를 훌쩍 넘긴 수술. 나를 설명할 때 꼭 빠지지 않는 도입부이다. 그러나 내 이야기가 처음 듣는 이들에겐 참으로 놀랍고 충격적인, 그리고 꽤나 드라마틱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이 삶을 6년 반째 살고 있는 나로선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러나 적어도 나 자신에 있어서는 평범해진 이 이야기가 또 한 번쯤 들어본 분들에게는 다시 반복되는 지루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 절망의 순간들을 보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힘든 마라톤 같은 삶을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 누군가에게 ‘다시 살아갈 용기’를 전할 수 있다면……하는 소망으로 이 글을 쓰려고 한다.

내 인생에서 절망적이었던 순간을 모두 이야기하려면, 사고를 만나기 전 23년의 시간을 제외한다 하더라도 지난 6년 반의 시간만으로도 내게 허락된 이 페이지를 다 채우고도 모자랄 것이다.





6년 전 교통사고 현장에서 불 속에서 불덩어리가 된 나를 구해준 친오빠에게 차라리 ‘나를 죽여줘’라고 말했던 순간, 중환자실에서 처음으로 의식이 돌아왔을 때 스스로 산소호흡기를 빼려고 했던 순간, 의료파업으로 4개월 동안이나 기약 없이 수술이 미뤄져 진통제로 버텨야 했던 2000년의 그 길고 길었던 겨울 밤들,
손가락 8개를 살리지 못해 절단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가볍게’ 툭 던지고 가던 의사선생님과 아무렇지 않은 척 듣고 나서 울며 기도했던 그 밤, 온몸에 이식한 피부들이 오그라들어 뼈까지 굽어버려, 그것을 펴기 위해 또다시 차갑고 외로운 수술대 위에 몇 번이고 누워야 했던 순간들, 처음 유리창에 비친 외계인같이 변해버린 내 모습을 처음 본 그 밤, 붙어버린 목을 펴기 위해 재수술에 재수술을 거듭하던 2002년의 여름날들……
병원에서 지낸 그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절망의 순간은 수없이 많았다. 오히려 병원에서의 일들은 몇 마디로 줄여 설명이라도 되는 일이었다.

집에서 나와 낯선 이들을 만나고, 조금씩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디뎠던 순간들, 달라진 내 모습이 마치 죄인이라도 된 듯 내게 쏟아지던 눈초리와 수군거림을 대하던 순간들,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을 부럽게 바라보았던 순간들, 그리고 이곳 미국 보스턴에 와서 유학생으로 홀로서기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지금도 절망하려고 마음을 내버려둔다면 나는 매일매일의 매 순간을 절망할 수도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해도 의문을 가질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언제라도 거울을 통해 내 얼굴을 본다면 ‘절망 찾기’는 어렵지 않다.

굳이 거울이 아니더라도, 내 눈에 보이는 내 몸의 거의 모든 부분은 화상 흉터이고, 이식수술로 2-3번씩 떼어낸 또다른 흉터들로 충만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눈을 뜨자마자 대하는 나의 모습은 지금도 절망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또 충만하게 절망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

그러나 희망도 가지기로 결심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것처럼, 절망 역시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마음에서 내가 ‘절망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다고, 누가 보아도 ‘절망적’이라고 말할지라도 진짜 내가 ‘절망하는 것’은 아주 미묘하지만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는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상황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놔두는 것이 가장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 절망한 사람의 끝은 너무나 자명하다.

≪지선아, 사랑해≫ 끝부분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지난날들을 통해 ‘절망은 사람을 죽이는 것’임을 배웠다. 그리고 누가 보아도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절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던 것이 앞에서 말한 절망적인 순간들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일이다. 그것이 절망이 나를 죽이지 못하도록 나를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랬기에 내가 지금 이렇게 ‘평범한’ 오늘을 누리며, 오늘보다는 더 달짝지근할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내 버려두지 않는 것,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고통 속에서 절망의 급류에 휩쓸리지 않고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슬픔의 폭풍우 속에서 넘어지지 않고 서 있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외로움의 눈보라 속에서는 눈을 뜨는 것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정말 어렵다’는 말보다 더 무게가 실린 ‘쉽지 않다’는 말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쉽지 않은 일일수록 더 많이 애써야 하기에 더 의미 있다. 쉽지 않은 일이기에 더욱 열심을 내는 것이다.

세상의 많은 위인들이 존경받는 이유의 공통점 중 하나가 그들이 그 쉽지 않은 일들을 힘쓰고 애쓰며 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화내기를 더디 하는 사람이 용사보다 낫고, 마음을 다스리는 사람은 성을 빼앗는 사람보다 낫다’고 성경은 말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마음을 이기는 것, 포기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결과로 큰 돈이 생기거나, 엄청난 과업을 이루어 세상의 존경을 받거나, 빛나는 노벨상을 받는 일이 아니어도 좋다. 우리는 그 절망을 이김으로써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 ‘생명’을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 쉽지 않다. 6년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좋아진 요즘에도, 나는 여전히 이 말을 되뇐다. 비단 화상의 고통만이, 수술대 위에서의 시간만이 힘든 것이 아님을 살아가며 배우고 있다. 나에게 독특한 삶이 있듯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삶 역시 그저 ‘평범한 삶’이라고 말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쉽지 않은 인생을 살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쉽지 않은 인생 길에서 마음이 시키는 대로 절망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당신! 오늘 세상에서 가장 값진 것, ‘생명’을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절망하지 않기로 결심하는 당신! ‘내일’을 선물로 받게 될 것임을 기억합시다. 오늘을 포기하지 않는 당신과 나에게 날마다 주어지는 선물을 기대하며 오늘을 지켜냅시다.

이지선
이지선
1978년에 청주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를 졸업했습니다. 대학4학년이던 2000년 7월,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빠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음주운전 차량과 부딪쳐 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전신에 심한 화상을 당하게 됐습니다. 그녀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고통에도 절망하지 않고 현재 장애인을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미 보스턴 대학 대학원에서 재활상담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푸르메재단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면서 누구보다도 당당하고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 ≪지선아, 사랑해≫ ≪오늘도 행복합니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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