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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급증, 그리고 여유있는 자세

                                                           이광호 목사

 

  우리 민족의 독특한 개성 가운데 하나는 비교의식이 강하다는 점이다. 어른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대통령감으로 점쳐보기도 하고 장군감으로 견주어 보며, 과학자나 어떤 특출한 부류들과 비교해 보기도 한다.

  대개 우리의 삶은 그렇게 시작된다. "누구는 커서 어떤 큰 인물이 되겠고 또 누구는 무엇이 되겠다"는 것은 쉽게 어른들이 하는 말이 다. 얼른 보면 별문제 없을 듯하나 성실하고 정직하게 자신과 이웃을 위해 더불어 살아야 함을 함께 교훈하지 않는 한 그러한 자세는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게 된다.

  대부분의 우리는(특히 남자들은) 어릴 때 한번쯤은 대통령감이었다. 누가 나중에 무엇이 되겠느냐고 물으면 거침없이 '대통령!' 하고 대답했다. 그러다가 조금 지나면 국회의원, 장군, 판사... 그러다가 나이가 차면 - 여전히 어떤 비교의식 속에서 - 비로소 자기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을 한없이 조급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크리스천들 역시 그러한 사회적 여건 가운데 성장해 왔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의식을 소유하고 있다. 그래서 쫓기듯이 남보다 더 크게, 더 많이, 더 빨리 무엇인가를 하려 하고 되고자 하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더 빨리 출세를 해야 하며, 더 큰 인물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러한 의식에 따른 과정과 결과들이 사람들을 교만하게 만들기도 하고 비굴하게 만들기도 한다.


출세지향성의 문제

  입으로는 '전인교육'을 외치지만 내용은 그렇지 못하다. 전인교육이 추구하는 바는 어떤 비교의식을 전제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 인격을 온전히 성숙케 교육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초등 학교에 입학을 하면서부터 일등이 돋보인다. 공부도 일등을 하면 칭찬을 받고 달리기도 일등을 해야 가장 좋은 상을 받는다. 반장이나 어린이 회장을 하면 장래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공부를 못하면 커다란 부담을 느끼게 되고 달리기를 꼴찌하면 상은 커녕 다른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흔한 분단장 조차도 못하면 일단 능력이 그런 아이로 분류되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어릴 때부터 철저한 '비교사회' 속에 들어가게 된다. 주변의 아이들과 비교함으로써 점차 비교 우위적 사고의 틀에 길들여져 가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은 그런 실정들을 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녀를 위해서' 라는 명분까지 들먹이면서 자기 자녀들에게 상대적 우위를 요구하게 된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이를 점검하지 않으면 안된다. 학교나 회사, 직업에서조차 일류, 이류를 만들어 놓고, 학교교육은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가르치는 자가당착 속에 빠져 있다. 어린아이들 가운데는 두뇌가 명석해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아이가 있고, 달리기를 잘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느린 아이들도 있다. 암기력이 있어 긴 요절을 쉽게 외울 수 있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천성적으로 노래를 잘 부르는 아이가 있는 반면 타고난 음치도 없지 않다. 부모가 연보를 많이 할 수도 있고, 연보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것들을 비교하여 상주며 칭찬할 떄는 여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어른들은 서로를 비교함으로써 우열을 가릴 것이 아니라 성실하고 정직한, 그리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아이들을 찾아 칭찬할 수 있어야만 한다. 어릴 때부터 더 빨리, 더 많이, 더 잘하는 친구가 상을 받는 것을 지켜 보아온 아이들이 커서도 그 상- 어떤 형태이든 -을 소유하기 위해 자기 목적만을 위해 경쟁하며 질주해 가게 된다.

 

여유 없는 앞지르기

  어릴 때 익힌 습성과 교육의 효과가 어른이 되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일등이 되기 위해서 애쓰다 보니 수단과 방법이 존중되지 않는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는 갖가지 편법들이 동원되어도 별 거리낌 없이 용인된다.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은 힘없는 사람들이나 부득이 하는 행위 쯤으로 간주된다. 조금만 '빽'이 있으면 줄을 서지 않고서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도 그렇고, 은행에서도 그렇다.

한국인의 '조급증'은 현대생활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운전문화' 에서도 여실히 나타난다. 어느 모임에서 자연스럽게 자동차에 관한 얘기가 화제가 되었다. 모임에 막 도착한 한 사람이 2차선 도로에서 100Km 속도로 주행해 오다가 교통경찰에게 적발되었으나 '딱지'를 떼이지 않고 무사했음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자기는 고속도로에서 160Km로 달리다가 교통경찰로부터 차를 세우라는 지시를 받았으나 못 본척 계속 차를 달렸더니 따라오지 않더란다. 그러자, 또 다른 한 사람이 말했다. 자기는 경목(警牧) 이기 때문에 그 신분 하나이면 아무리 달려도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있기 때문에 별 걱정이 없단다. 그곳에 모인 이들은 크리스천 지도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끄럽고 창피한 자기 경험을 서로 과시까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질서의식에 대한 본질적 무감각, 혹은 불감증 때문이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한국인 중 운전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교통법규 준수에 불감증 환자가 되어 있다. 이렇게 말하면 '나는 빨간불 파란불의 신호를 착실이 지킨다'고 말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신호질서를 잘 지키는 준법의식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주행속도 질서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우리들 중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60Km속도 표지가 있는 도로에서 80Km∼90km로 주행하는 것은 보통이며 규정속도 40Km인 거리에서 60Km∼70Km로 달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도로 형편상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를 시켜도 교통경찰이 눈에 띄면 움찔하며 태도를 급변한다. 벌써 우리는 감시자의 눈치를 살피는 데 익숙해져 있다.

앞 차가 주행속도를 준수하면 뒤에서는 빵빵거리고, 대낮인데도 헤드라이터가 번쩍번쩍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우리는 어떻게 가느냐 하는 과정보다 거침없이 빨리 가는 것을 목적 삼고 자랑으로 여긴다. 올바른 방법으로 법질서 속에서 제대로 가는 것은 안중에도 없다. 질서에 따라 여유있게 움직이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고 꽉막힌 사람'으로 매도해 버리고, 심하면 듣거나 말거나 욕설을 내뱉아 버린다.

결국 그런 똑똑한 사람들이 많게되면 모두들 눈치껏 남보다 미리 앞서려 하고, 서로 뒤엉켜 앞을 가로막히게 되면 빵빵거리며 부딪혀 사고가 나 욕설이 오가는 '혼돈'이 야기되는 것이다.

이러한 광경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조급하고 여유 없는 앞지르기는 양식있는 사람들이 하지 않는다. 덜 되고 이기심이 가득찬 사람들이 자기합리화를 해가며 만들어내는 추태인 것이다. 필자는 언젠가 이린 구호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이야기해 본 적이 있다. "크리스천의 빛과 소금의 직분은 운전석에서부터!"

하나님을 믿는 우리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직분을 감당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제로 대다수 교인들은 그렇게 하자고 외치기도 하고 애쓰기도 한다. 그래서 악한 짓은 멀리하고 선을 행하려 한다. 불우한 이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기도 하고 억울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보면 나름대로의 정의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부정한 비리를 행하는 것을 보면 자기가 이 세상의 마지막 의인인양 대들어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일상생활에서는 의식이나 양식없이 행동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습성이 쉽게 나타나는 것은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상을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든지 유별나게 두러내지 않고 남과 어우러져 모나지 않게 살아가는 방법이 최고라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질주하면 함께 그 대열에 참여하고, 남이 천천히 가면 거기에 적당히 섞이라는 말이다. 언뜻 듣기에 그럴듯하고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렇게 함에 있어서 냉철하고도 올바른 분별력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 선하고 정직한 사회질서 속에서는 그 흐름을 함께 잘 타야하지만, 악하고 불의하며 부패한 사회 흐름 속에서는 남이 하는대로 뛰고 멈출 것이 아니라 성숙한 제동력을 가져야 한다. 자칫 남들 따라 하다 보면 전체적 질서 파괴에 동참하기 일쑤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우리가 먼저 여유 없이 조급한 세상과 별 생각 없이 발 맞추어 살아서는 곤란하다. 도리어 모두가 질서와 법규를 무시한 채 조급하게 과속을 할지라도 우리는 법질서에 따라 여유롭게 나아가야 한다. 물론 그렇게 살려면 악한 세상 가운데서 상당한 피해와 비난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히려 법질서를 무시한 채 조급히 질주해 대는 사람들이 세상흐름을 방해한다고 비난해댈 것이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중, 상당한 위협과 함께 끔찍한 욕설을 들을 때가 가끔 있다. 규정속도 가 60Km인 도로에서 60Km로 달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모두가 80∼90Km로 물 흐르듯이 잘 가는데 왜 당신 같은 초보가 끼어 흐름을 방해하느냐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운전 경력이 10년이 넘는 자라도 자기들처럼 하지 않으면 미숙한 초보로 매도한다. 어떤 때는 대형 덤프차가 바싹 다가와 위협하며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을 때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4분의 1이 크리스천이라고 하는데 당장 내일부터 교인들이 운전하는 모든 자동차(개인 승용차, 버스, 택시, 화물차 등)들이 규정속도를 지킨다고 가정해 보자. 교통경찰이 온 도로에 서 있다고 상상하면서도 그렇게 해보자. 그러면 금방 난리가 날 것이다.조급한 삶과 잘못된 운전문화에 익숙한 우리이기에 어쩌면 '질서'라는 것이 대 혼잡을 야기한다고 불평하는 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그렇게 해야 한다. 적어도 애쓰고 노력해야 한다. 운전에 관한 이야기는 하나의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건전한 질서의식에 따라 속도 조절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유를 가지자. 남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자기만족을 키워 나가는 유치함을 벗고, 자신의 성실한 삶을 통해 그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조급증에 가득찬 시류를 적절히 타며 그것이 마치 지혜인양 생각하는 지조 없는 신앙인이 되지 말고 조급한 사람들로부터 욕설을 듣더라도 우리는 정돈된 질서 속에서 여유를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런 자세를 가질 때 비로소 나만 더 빨리, 더 많이, 더 크게 되려는 조급증이 자제되고 진정으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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