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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찬에서 ‘포도즙’인가 ‘포도주’인가

 

조 기 연

서울신학대학교 교수(예배학)

 

목회 현장에서는 무엇 하나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목회자와 성도들 간에 인식의 혼란이 생길 수 있으며, 이는 곧 공동체의 신앙의 혼란과 목회 실천의 혼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집례하는 목사도 참여하는 회중도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신학적 원칙이 없이 그냥 ‘애매한 상태’에서 ‘늘 하던 대로’ 행하게 된다.

 

교회에서 성찬예식을 행할 때에 ‘포도즙’을 사용해야 하느냐 아니면 ‘포도주’를 사용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는 목회자와 성도들의 중요한 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만일 포도즙을 사용한다면 그것은 ‘그냥 그렇게 해 왔으니까’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분명한 신학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어야 하며, 이는 포도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원래 교회가 처음부터 사용한 것은 ‘포도주’였다. 주님께서 공생애 기간에 드신 것도 포도주였으며(요 2:1:11 참조), 제자들과 가지셨던 마지막 만찬도 물론 포도주였다(막 14:22-25 참조). 성찬식은 바로 여기에서 제정되었으며, 그 이후로도 교회에서는 언제나 떡과 함께 포도주가 성찬식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이에 대한 증거로서는 먼저 2세기 중엽에 기록된 순교자 저스틴의 '첫번째 변증문'(First Apology of Justin Martyr)을 들 수 있다. 이 편지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기도가 끝난 후에 우리는 평화의 키스로 서로 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나서 빵과 물이 담긴 잔과 섞인 포도주가 형제들의 인도자에게 드려지고, 그는 그것들을 들어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우주의 아버지께 찬양과 영광을 올려보냅니다...”

 

4세기 교부 암브로스는 성찬식에서 포도주에 타는 물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기를, 모세가 ‘말씀’과 함께 지팡이로 반석을 쳤을 때 반석으로부터 생수가 나왔듯이, 사제가 ‘주님의 말씀’과 함께 잔에 손을 댈 때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는 생수가 나온다고 하였다. 또한 그는 설명하기를,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옆구리를 로마 병정이 창으로 찔렀을 때에 예수님의 옆구리에서 물과 피가 나왔는데, 이 물은 씻는 물이요 이 피는 구원하는 피이다. 그러므로 성찬식에서 물을 포도주에 타는 것은 바로 이 물과 피를 상징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

 

그럼 교회는 언제부터 성찬식에서 포도즙을 사용하기 시작하였는가? 포도즙의 기원은 19세기 미국이다. 당시 미국 사회에서 음주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는데, 그 여파가 교회 안으로 밀려들어오게 되었다. “왜 그리스도인들은 성찬식을 구실로 술(포도주)을 마시느냐?” 문제는 알코올 없는 포도음료를 만드는 기술이 당시에는 없었다는 사실인데, 왜냐하면 포도즙은 공기에 노출되면서 곧바로 산화 즉 발효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성찬식을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많은 노력 끝에 토마스 웰치(Thomas B. Welch) 박사가 루이스 파스퇴르(Louis Pasteur)의 저온살균법을 응용하여 발효되지 않은 성찬용 포도주스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다(지금도 미국의 슈퍼마켓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일주스가 바로 웰치의 이름을 딴 것이다).비로소 교회는 알코올이 함유되지 않은 포도과즙으로 성찬식을 거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었다. 보수적인 교단들에서는 포도즙을 택하였지만 좀더 전통을 중시하는 교단들에서는 여전히 포도주를 고집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도즙의 문제는 결국 보수진영과 에큐메니칼 진영 간의 분열을 초래하여 양 진영은 함께 성만찬을 하지 않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필자가 공부하던 미국의 대학 채플에서는 포도주와 포도주스를 함께 제공하고 회중이 각자의 신앙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마시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성찬식에서 우리가 참여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 성찬식을 통하여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 아닐까? “성찬식에서 우리가 참여하는 것은 바로 그리스도의 몸이며, 성찬식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은 다름 아닌 가시적인 방식으로 주어지는 불가시적인 하나님의 은혜이다”(어거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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