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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자 최상범
성경본문 레위기
강설날짜 2015-09-23

레위기 12강


레위기 서론 및 정결규레


레위기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주제, 목적과 관련해서는 레위기 1장 공부할 때 이미 배웠다. 간단히 복습하면 레위기의 중심주제는 ‘거룩’이며, 하나님이 거룩하신 것처럼 이스라엘도 거룩해야 하는데, 어떻게 그들이 거룩할 수 있는지, 또 거룩한 삶을 위한 규례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맥락을 생각하면서 오늘은 레위기의 전체구조와 핵심단락, 그리고 특별히 11-15장의 의식적 성결규례의 의미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레위기의 전체 구조


레위기의 전체구조는 다음과 같다.


1-7장 : (규례) 고르반을 하나님께 바치는 제사제도 규례

8-10장 : (서사) 제사장 위임과 첫 제사 /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

11-15장 : (규례) 의식적 성결규례

16-17장 : (규례) 대속죄일 규례, 피의 의미

18-20장 : (규례) 도덕적 성결규례

21-22장 : (규례) 제사장 자격조건, 제사장의 의무

23:1-24:9 : (규례) 절기와 고르반 규례

24:10-23 : (서사) 하나님을 이름을 모독한 평민(혼혈족)의 죽음

25-26장 : (규례) 안식년 규례 / 순종여부에 따라 상벌이 있음을 약속 및 경고

27장 : (규례) 부록 - 고르반 규례


레위기는 거의 대부분 ‘규례’의 장르로 되어 있으며 단 두 곳에서 서사가 나타난다. 특히 첫 번째 서사에서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은 뒤에 나오는 두 번째 서사와 비슷한 내용으로 짝을 이루고 있다.


10장 : (서사) 나답과 아비후의 죽음

24:10-23 : (서사) 하나님을 이름을 모독한 평민(혼혈족)의 죽음


10장의 이야기는 이스라엘의 최상층인 제사장에 의해 하나님의 성막이 더럽혀져서 결국 죽임당하는 이야기이고 24장의 서사는 이스라엘의 최하층인 평민(혼혈족)에 의해 하나님의 성호가 모독을 받아 결국 죽임당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고르반과 관련한 내용이 세 번에 걸쳐서 나타난다.


1-7장 : (규례) 제단에서 바쳐지는 고르반

23:1-24:9 : (규례) 절기와 고르반 규례(바치는 날짜)

27장 : (규례) 특별한 고르반(제단 위에서 바쳐지지 않음)


그리고 제사장과 관련한 내용들도 두 부분이 나온다.


8-10장 : (서사) 제사장 위임과 첫 제사

21-22장 : (규례) 제사장 자격조건, 제사장의 의무


그리고 중간 부분에는 의식적 성결규례와 도덕적 성결규례가 나오고 그 중간에 16-17장의 속죄제 규례와 피의 의미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바로 이 16-17장이 레위기에서 핵심적으로 가장 중요한 단락이 된다.


레위기는 전체적으로 그 구조에 있어서 짜임새 있게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구조자체에서 어떤 의미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식적 성결규례와 도덕적 성결규례가 구분되어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그 중간에 대속죄일 규례가 나온다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다. 저자 모세가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이렇게 기록하였음이 틀림없다.


많은 학자들은 11-15장은 의식적 정결규례로... 18-20장은 거룩한 삶을 위한 성결법전으로 구분하여 진술한다. 그러나 사실 이 두 부분은 모두 거룩한 삶과 관련된 성결규례이다. 우선 11장 음식법을 주신 후에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는 여호와 너희 하나님이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몸을 구별하여 거룩하게 하고 땅에 기는바 기어다니는 것으로 인하여 스스로 더럽히지 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찌어다”(레 11:44-45)


이 구절은 음식법을 포함한 모든 의식적 성결규례의 목적이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같이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한 규례다. 다만 그 삶이라고 하는 것이 특별히 “몸”의 거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그리고 18-20장의 도덕적 성결규례 뒷부분에 결론으로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너희는 짐승의 정하고 부정함과 새의 정하고 부정함을 구별하고 내가 너희를 위하여 부정한 것으로 구별한 짐승이나 새나 땅에 기는 곤충으로 인하여 너희 몸을 더럽히지 말라 너희는 내게 거룩할지어다 이는 나 여호와가 거룩하고 내가 또 너희로 나의 소유를 삼으려고 너희를 만민 중에서 구별하였음이니라”(레 20:25-26)


놀랍게도 도덕적 성결규례를 마무리 지으면서 의식적 성결규례를 언급하고 있고, 하나님이 거룩하시기 때문에 너희도 거룩해야 된다고 하는 내용이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학자들이 의식적 성결규례와 도덕적 성결규례를 양분하여 따로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오히려 의식적 성결규례와 도덕적 성결규례는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는 하나의 규례로 주어졌고, 그 목적은 모두 이스라엘의 거룩한 삶을 위한 것이다. 다만 그 초점이 하나는 몸의 거룩함에 있고, 다른 하나는 도덕적 거룩함에 있다.


2. 대속죄일 규례


그러므로 이스라엘은 이 거룩을 목표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전적타락한 인간이 거룩하신 하나님과 같이 점도 없고 흠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전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규례만 주어졌다면 이스라엘은 아무런 소망 없이 하나님의 심판만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두 성결규례 중심에 대속죄일 규례가 있음으로 해서 그들이 거룩하게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열렸다. 그것은 염소의 피를 통해서 의식적 더러움과 도덕적 더러움을 속죄 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속죄제사를 통해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나면, 이제 그 은혜가 원동력이 되어 의식적, 도덕적 성결의 삶의 의무를 순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1-7장에서 명한 5가지의 제사를 평상시에 드리는데 왜 따로 국가적인 대속죄일의 제사가 있어야 하는가? 이것은 우리가 이런 예들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샤워한다. 그러나 한 달에 한번은 꼭 목욕탕에 가서 때를 밀어야 한다. 또한 우리가 매일 집을 청소한다. 그러나 1년에 한 두 번은 대청소해야 한다. 대속죄일은 바로 그러한 개념의 속죄제사이다. 곧 평상시에 속죄제사를 드리지만, 자기도 모르게 지은 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죄에 대해서는 속죄제사를 드리지 않기 때문에 매일 누적된다. 그렇게 1년 동안 개인적으로 민족적으로 누적된 죄들이 결국 성막의 지성소를 더럽히게 되는 것이고, 따라서 대속죄일날 국가적인 속죄를 통해서 이 모든 죄를 속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 날은 온 백성이 거룩을 회복하는 날이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날이기 때문에 모세는 이 본문을 레위기 중심에 배치하였다. 그러면 화목제와 피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17장은 무엇인가? 오늘날 학자들 가운데서 17장을 18-20장의 도덕윤리적인 성결법전에 포함된 본문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16장의 대속죄일 규례에 포함되는 본문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내용상 16장에 붙어야 한다.


왜냐하면 17장은 대속죄일날 드리는 속죄제의 피가 왜 죄를 속하는지를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모세오경에서 이 피와 속죄의 연관성에 대한 설명은 오직 레위기 17장 본문이 유일하다. 창세기 9장에서 피 채 먹지 말라고 하면서 피에 생명이 있다고 살짝 언급이 되어 있고, 레위기 7장에서도 화목제를 언급하면서 피 채 먹지 말라고 경고한다. 레위기 1-7장까지 무수한 제물과 피 뿌려지는 장면이 나오는데도 정작 그 피의 의미와 기능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침묵하고 있다. 그리고 16장까지 넘어왔다. 16장은 제사 중에서도 절정에 이르는 제사이다. 피가 백성들의 거룩을 회복하고 속죄를 일으키고 성전전체를 씻어낸다. 그러므로 왜 피를 바르고 뿌리는 것이 죄를 속하고 거룩을 회복하게 하는지, 그 피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이제는 나와야 할 타이밍이다. 피에 대한 설명의 가장 적절한 위치는 17장이다.


“육체의 생명은 피에 있음이라 내가 이 피를 너희에게 주어 단에 뿌려 너희의 생명을 위하여 속하게 하였나니 생명이 피에 있으므로 피가 죄를 속하느니라”(레 17:11)


언뜻 보기에 레위기 17장은 화목제를 설명하다가 피에 대한 이야기가 첨가된 것 같지만, 사실은 피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 화목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화목제는 온 백성들이 제물에 참여하는 의식이므로 피 처리를 잘못할 가능성이 가장 많은 제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 이야기를 하면서 화목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고 이것은 레위기 7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3. 11-15장 의식적 성결규례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레위기 11-15장의 성결규례에 대해서 살펴보자. 일단 11-15장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11장 : 동물의 정하고 부정한 것, 먹을 것과 먹지 못할 것을 구별하는 것에 관한 규례(음식법)

12장 : 출산에 대한 정결 규례

13-14장 : 악성 피부병, 의복의 전염성 곰팡이 / 환자의 정결 의례 / 집에 생기는 곰팡이

15장 : 유출병에 대한 정결 규례 / 성행위와 관련한 정결규례 / 생리와 관련한 정결규례


이러한 의식적 성결규례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위기 10장 10절 말씀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야 너희가 거룩하고 속된 것을 분별하며 부정하고 정한 것을 분별하고”(레 10:10)


결국 거룩하고 속된 것을 분별하고, 부정하고 정한 것을 분별하는 것이 제사장의 주된 임무이며, 이것을 이스라엘에게 가르쳐서 그들로 거룩한 삶을 살도록 하는 것이 제사장의 주된 임무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룩한 것은 정결한 것이고, 속된 것은 부정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성/속, 정/부정은 서로 전혀 다른 카테고리다. 우선 성속은 신적 영역과 관련되어 있다. 기준이 하나님이다. 그래서 하나님께 속해 있느냐 하나님께 속해 있지 않느냐로 나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을 ‘거룩하다’라고 말하고, 하나님께 속하지 아니한 것을 ‘속되다(세속적이다)’라고 말한다. ‘세속적이다’라는 표현은 악하고 더러운 것이라기보다는 이 땅의 인간의 영역을 말한다. 그것은 깨끗하거나 혹은 더럽다거나 하는 개념이 없는 중립적인 용어이다. 물론 아담의 범죄 이후로 온 세상이 죄로 더럽기 때문에 때때로 속되다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확대되는 경우는 있다. 그러나 기본개념은 이 땅의 인간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한편 정/부정은 인간의 영역에서 나누어진다. 즉 이 표현은 하나님에게 사용되지 않는다. 성경에 “하나님이 정결하시다”라는 표현은 없다.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시다. 정결과 부정은 인간영역에만 있는 것이다.


그러면 성/속, 정/부정의 각각의 의미가 무엇인가? 거룩은 이를테면 절대적인 정결의 상태, 완전하고 온전한 상태, 그리하여 그렇지 않은 것(속된 것)과 구별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거룩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고, 하나님으로부터만 나오는 것이다. 한편 정함과 부정함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정함 -> 질서 / 표준 / 정상적인 상태 / 위생상 깨끗함 / 보기에 좋음

부정함 -> 무질서 / 표준에서 벗어남 / 비정상적인 상태 / 위생상 더러움 / 혐오스러움


그러므로 이 세상에 어떤 생물이 있으면 이 생물은 기본적으로 세속적이다. 그리고 이 생물은 자신이 속한 생물학적 카테고리에서 표준에 해당될 때 정결하다. 예를 들어 짐승에 있어서 표준적인 모습은 네 발이 있고 굽이 갈라지고 새김질을 한다는 것이다. 이 표준에 해당되는 양, 염소, 소는 정결한 짐승이다. 반면 이러한 표준에서 벗어난 짐승은 부정한 짐승이 된다.


그러므로 소는 기본적으로 세속적이고 정결한 상태에 있다. 그리고 정결한 것만이 제단에 올려질 수 있는데 이 소가 제단으로 올려지면 이제는 거룩한 것이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 바쳐졌기 때문이다. 거룩하신 하나님께 속한 것은 모두 거룩하다.


이제 한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짐승이나 동물은 생태적으로 정함과 부정함이 결정되어지지만, 사람의 경우는 그 사람의 행위와 상태에 따라서 정할 수도 있고 부정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사람은 평상시에 정결하고 세속적이다. 그런데 어떤 비정상적인 상태로 떨어지거나, 또는 부정한 것에 접촉되어서 부정 타면, 그 몸이 오염되어 부정한 상태로 떨어진다. 이 경우는 정화과정을 통해서 부정을 씻어내고 정결상태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만 성막에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기 위해 나아올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거룩한 제사장의 아들로 태어나거나, 또는 자신을 나실인으로 하나님께 드리면 그 사람의 신분은 세속적이지 않고 거룩하다. 하나님께 속하게 되어 거룩하게 된 자는 이제 모든 부정한 것으로부터 피해야 한다. 만일 나실인 서원한 사람이 시체를 만지거나 부정을 타게 되면 나실인 서원이 무효가 되며, 다시 세속적인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한편 지속적으로 부정한 자는 진 밖으로 버려진다. 문둥병, 유출병, 송장, 모든 지속적으로 부정한 사물은 다 진영 밖으로 보내진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 하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성과 속의 상태가 상대적이며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이스라엘 평민들은 제사장이나 레위인에 비하면 세속적이다. 그러나 이방인들과 비교할 때 이스라엘 평민들은 하나님께 속한 거룩한 백성이요 제사장 나라이다. 참으로 이스라엘은 거룩하며 존귀한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을 받았다.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들은 거룩한 백성이면서 또한 세속적인 백성들이다.


그리고 성/속, 정/부정의 상태는 유동적이다. 즉 이 상태들은 그저 고착화된 신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상태와 행동에 따라서 그 성/속, 정/부정을 왔다 갔다 한다. 이스라엘 모든 백성들은 바로 레위인이나 거룩한 제사장과 같은 ‘거룩’을 목표로 해서 살아야 한다. 그들의 지향점은 위에 있는 ‘거룩’이지, 아래에 있는 ‘부정’이 아니다. 그들이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제사장의 중보를 의지해야하며, 제사장이 가르치는 의식적/도덕적 성결규례를 잘 지켜야 한다.


아래 그림을 보라.


1.png



2.png



도표에서 거룩한 것이 속화되는 것은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로 합법적인 속화 과정을 거쳐서 다시 세속의 영역으로 복귀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나실인의 서원기간이 끝났을 때, 나실인은 속죄제가 드려지는 특별한 의식을 거쳐서 일상으로 복귀한다.


한편 둘째로 영구적으로 거룩한 사물이나 제사장이 불법적으로 부정에 오염되어 부정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는 거룩이 사라지면서 세속화되는 것이 아니라, 거룩이 그런 부정결의 상태로 더럽혀진 상태다. 이것은 빨리 해결되어야 하는 매우 위험하고 비정상적인 상태이다. 따라서 제사장은 속죄제를 통해서 자신의 부정결과 성막의 오염을 씻어내야 하며, 사물일 경우는 그것을 빨거나 파괴하거나 해야 한다.


세속/정결의 상태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평상시의 상태이며, 이것은 성막에 나가 제사장의 중보로 하나님과 만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따라서 사람은 이 중립의 상태에서 성화를 통해 거룩의 신분으로 상승될 수도 있고, 반대로 부정한 것에 의해 오염되어 부정의 상태로 강등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는 거룩은 접촉하는 것에 대하여 전염성이 없으나, 부정은 접촉하는 것을 오염시키는 강력한 전염성이 있다는 것이다. 거룩은 오직 하나님께로부터 속죄의 공로로 말미암아 선물로 주어진다. 이 거룩은 전염성이 없기 때문에 거룩한 제사장이 일반 평민과 접촉한다고 해서, 일반평민이 거룩해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거룩은 부정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그 무엇이다. 부정은 강력한 전염성을 가진다. 그래서 정결한 일반평민들도 부정한 것에 접촉되면 곧바로 부정의 상태로 떨어지게 되며, 심지어 거룩한 제사장도 부정의 상태에 떨어질 수 있다. 그것은 일반평민의 부정하게 되는 것보다 더 심각하게 여겨지는 부정이며, 따라서 가장 값비싼 수송아지로 속죄제를 드리고 성소의 휘장에 피를 뿌려야만 한다. 그리하여 반드시 부정을 씻어내고 거룩의 상태로 돌아와야 한다.


4. 거룩의 3등급과 부정의 3등급


속된 것과 정결한 것에는 등급이 없다. 속된 것 중에서도 지극히 속되거나 정결한 것 중에서도 지극히 정결하거나 하는 개념은 성경에 나타나지 않는다. 속된 것은 그냥 속된 것으로 끝이고 정결한 것도 그 자체로 정결할 뿐이다. 왜냐하면 세속/정결은 사물의 정상적이고 기본적인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상태에서 하나님께 바쳐지는 성화의 과정을 통해서 거룩하게 되든지, 아니면 부정에 오염되어 부정의 상태로 떨어지든지 할 때에는 여러 가지 등급으로 나뉘게 된다.


지극히 거룩 - 거룩 - 정결/세속 - 사소한 부정 - 중대한 부정


이러한 내용을 보다 세분화하여 도표화 하면 다음과 같다.


3.png


여기서 -1등급의 부정은 속죄제가 요구되지 않는다. 하루 동안 부정하며 몸을 씻고 옷을 빨면 그 다음날 자동으로 정결한 상태가 된다. 그러나 부정한 상태가 7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중대한 부정이다. 이 더러움을 씻기 위해서는 일련의 정결 절차와 더불어 속죄제가 요구된다. 그러나 부정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즉 유출병이나 악성피부병의 경우에는 가장 부정한 상태로서 정화의 방법이 없으며, 오직 그 병이 나을 때까지 진영 밖에서 살아야 했다.


5. 부정함의 의미와 신약적 해석


레위기에서 부정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종합해보면 어떤 특징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주로 죽음과 관련되어 있으며, 피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모두 비정상적인 상태라는 것을 말해주고, 그리고 때때로 위생 또는 질병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부정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부정의 정도에 따라 혐오감의 정도의 차이는 있음).


그러면 부정하다는 것에는 어떤 신학적인 의미가 있는 것인가? 레위기에서는 사실 의식적인 부정과 도덕적인 부정을 어떨 때는 분명하게 구별하면서도, 또 어떨 때는 그것들이 마치 동일한 죄인 것처럼 묘사하기도 한다.


“곧 이스라엘 자손의 부정과 그 범한 모든 죄를 인하여 지성소를 위하여 속죄하고 또 그들의 부정한 중에 있는 회막을 위하여 그같이 할 것이요”(레 16:16)

“이 날에 너희를 위하여 속죄하여 너희로 정결케 하리니 너희 모든 죄에서 너희가 여호와 앞에 정결하리라”(레 16:30)


속죄제에서 뿌려지는 피는 죄를 속하는 희생의 피다. 그런데 그 피가 도덕적인 죄뿐만 아니라 의식적인 부정을 위해서도 뿌려져야 한다. 그러면 의식적으로 부정하게 되는 것인 죄인가? 월경하는 것이 악한 것인가? 출산하는 것이 우상숭배의 죄나 살인이나 도둑질처럼 죄짓는 것인가? 피부병 걸린 것이 그 사람의 악인가? 결코 그럴 수 없다. 성경전체적인 문맥에서 보았을 때 레위기에 나오는 그런 표현들은 일종의 은유적인 표현들이다. 참으로 의식적인 부정은 인간의 부패함에서 비롯된 본질적인 죄나 악이 아니다.


만일 그러했다면, 신약에 와서도 의식법은 여전히 성도들에게 유효한 법으로 제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신약에 보면... 더 이상 의식적인 부정을 언급하지 않는다. 반면에 십계명은 성취된 의미로 우리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신약에서는 십계명을 어기는 것을 죄라고 분명히 언급하지만, 레위기의 의식적 성결규례를 어기는 것이 죄가 된다는 언급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도리어 신약은 그 모든 의식적인 규례가 폐지되었음을 강력하게 보여주며, 구약의 모든 의식적인 부정에 관한 내용을 영적이고 도덕적인 의미로 해석한다.


“이런 것은 먹고 마시는 것과 여러 가지 씻는 것과 함께 육체의 예법일 뿐이며 개혁할 때까지 맡겨 둔 것이니라”(히 9:10)


이 말씀은 구약의 모든 의식적인 성결규례들이 다 폐지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배로 들어가서 뒤로 내버려지는 줄 알지 못하느냐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요 씻지 않은 손으로 먹는 것은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느니라”(마 15:17-20)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은 의식적 성결규례를 잘 지키기 위해 조상들이 만든 장로들의 유전 가운데 하나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장로들의 유전에 대한 예수님의 해석이기도 하지만,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의식적 성결규례에 대한 예수님의 해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 관점이 맞다면 예수님은 의식적 성결규례는 결국 도덕적 성결규례를 상징하기 위해 있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심은 부정하게 하심이 아니요 거룩하게 하심이니”(살전 4:7)


사도바울도 부정을 언급하면서 성적인 범죄를 언급하였다.


“만일 그들이 우리 주 되신 구주 예수 그리스도를 앎으로 세상의 더러움을 피한 후에 다시 그 중에 얽매이고 지면 그 나중 형편이 처음보다 더 심하리니 의의 도를 안 후에 받은 거룩한 명령을 저버리는 것보다 알지 못하는 것이 도리어 그들에게 나으니라 참된 속담에 이르기를 개가 그 토하였던 것에 돌아가고 돼지가 씻었다가 더러운 구덩이에 도로 누웠다 하는 말이 그들에게 응하였도다”(벧후 2:20-22)


사도 베드로는 신앙을 파선하고 도덕 윤리적으로 방탕한 삶을 사는 사람을 개와 돼지로 비유하여 설명했다. 그리고 탕자비유에서 나온 ‘돼지’는 세리와 창기들의 도덕적 더러움을 상징한다. 바리새인들은 그렇게 세리와 창기들을 혐오했다. 그들은 세리와 창기들을 이방인과 같이 여겼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이 사도행전에서도 나온다. 사도행전 10장에 보면 베드로가 부정한 짐승들과 곤충들의 환상을 보게 되는데, 거기서 “일어나 잡아 먹으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베드로는 일사 거부했고, 이어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 하지 말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음식법의 폐지를 의미하며, 결국 죄로 부정한 이방인에 대한 유대인들의 혐오감을 버릴 것을 명하시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모든 신약의 해석을 토대로 해볼 때, 의식적인 성결규례는...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시며 모든 죄는 하나님 앞에 더럽고 혐오스러우며, 따라서 부정한 죄인은 하나님께 나아갈 수 없고, 도리어 하나님의 진노의 형벌이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모형인 것이다.


물론 구약 레위기에 이미 이러한 영적인 진리가 선포되고 있다. 레위기 18-20장에서는 도덕윤리적인 범죄와 그것에 대한 하나님의 혐오감이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구약은 구속사적으로 어리기 때문에 이러한 영적인 사실이 또한 육적으로도 표현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성막이 있고, 그 성막에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물리적으로) 하나님이 임재해 계시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물리적인 성막에 가까이 접근하기 위해 물리적인 깨끗함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환상 속에 있는 집이 아닌 실제 물리적인 집이 있다면, 어느 누가 그 집에 신발 신고 들어가는 사람이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물리적인 성막을 만드시고 거기 거하신다고 말씀하시면서 “네가 선 곳은 거룩한 곳이니 네 신발을 벗어라”라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물론 오늘날 우리는 예배 나오면서 신발 벗을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드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약은 물리적으로 하나님께 나아가 예배한다. 이때 가져야 할 자세는 바로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시며 그분 앞에서는 그 어떠한 더러움도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왕을 뵈러 갈 때에 목욕재개하고 가장 품위 있고 단정한 옷을 입고 나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러한 의식적 성결규례를 통해서 매일의 삶속에서 하나님이 거룩하신 분이시라는 사실을 늘 의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목표하는 바는 (구약에서부터 벌써) 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마음이 더럽다는 것, 곧 도덕 윤리적인 죄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그 죄를 씻음 받아야지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에 궁극적인 의의가 있다. 이것은 새 언약의 약속에서 분명하게 말해지고 있는 바다.


“맑은 물을 너희에게 뿌려서 너희로 정결하게 하되 곧 너희 모든 더러운 것에서와 모든 우상 숭배에서 너희를 정결하게 할 것이며 또 새 영을 너희 속에 두고 새 마음을 너희에게 주되 너희 육신에서 굳은 마음을 제거하고 부드러운 마음을 줄 것이며 또 내 영을 너희 속에 두어 너희로 내 율례를 행하게 하리니 너희가 내 규례를 지켜 행할지라”(겔 36:25-27)


여기서 약속되는 정결은 그들의 의식적인 더러움의 씻음이 아니라 마음의 죄악의 씻음이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백성들은 날마다 몸을 깨끗하게 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것이 마음의 더러움을 상징하며, 따라서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더러운 죄인이라는 것을 알고, 약속된 메시아를 바라보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그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바리새인들은 겉만 깨끗이 하고 마음을 깨끗이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으로 몇 주 동안 의식적 성결규례를 배우면서, “이제 뭐 다 폐지되었는데, 나하고 아무 상관 없네...” 그럴 것이 아니라, 이 말씀을 통해서 하나님이 얼마나 거룩하신 분이신지, 그래서 죄가 하나님 보실 때 얼마나 혐오스러운 것인지, 그리고 우리 마음과 양심이 얼마나 죄로 더러워져 있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더러운 바퀴벌레를 보면 깊은 혐오감을 나타내면서 당장에 발로 밟아 죽이듯이, 그렇게 하나님은 죄에 대해 혐오하시고 분노하신다. 그렇게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시다. 그것이 십자가에서 가장 처절하게 나타났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향한 하나님의 진노와 혐오, 분노는 우리가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죄 없으신 예수님께서 바로 우리를 대신 하여 그러한 하나님의 진노를 담당하셨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십자가 은혜로 구원 받은 자라고 한다면, 우리가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정말 감사하고 찬양하면서 예수님을 사랑하면서 죄와 싸우는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레위기는 거룩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십자가에 관한 책이다. 우리는 이 레위기를 통해 십자가 복음을 깊이 깨닫고 거룩한 삶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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