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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돈 교수의 복음 칼럼(고신대 조직신학)
한국교회의 생명력을 시들게 하는 것은 칭의론을 값싼 은혜의 복음으로 왜곡한 것뿐만이 아니다. 그런 남용에 대한 반작용으로 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가르침이 빚어내는 율법주의 폐단이 어쩌면 한국교회의 쇠퇴에 더 크게 기여하고 있는지 모른다. 도덕적으로 각색된 메시지에 짓눌려 그리스도 안에 풍성한 자유와 생명을 누리지 못하고 율법주의 신앙에 찌들어 있는 교인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들은 대부분 열심 있고 신실한 교인들이다. 여러 학자들은 수많은 개신교인들이 이렇게 율법주의 덫에 걸려 신음하고 있으며 그것이 그들이 안고 있는 정서적인, 영적인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한다. 그들은 하나님께 계속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쫓기며 경건의 노력을 기울인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할까? 그것은 우리가 이론적으로는 은혜주의자라도 본성적으로는 지독한 율법주의자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머리로는 오직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는 교리를 수긍해도 심적으로는 자신의 의로움과 경건을 어느 정도 의존해서 주님께 나가려는 고질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교리적으로는 개혁주의 칭의론을 따르나 실천적으로는 우리가 거룩하게 사는 만큼 의롭게 된다는 가톨릭의 칭의론에 더 친근하다. 그것은 세상에 살면서 잘한 만큼 인정받고 보상받는 율법주의 체계와 공로주의 가치관이 우리 안에 고착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님께 받아들여지는 근거를 우리 안에서 찾으려는 무의식적인 노력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나님께 인정받을 만큼 기도와 경건과 순종을 잘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확신의 근거가 사라져 불안해진다. 부단히 경건에 힘쓰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원하는 확신과 평안과는 멀어지고 불안과 죄책감이 고조된다. 아이러니 하게도 모든 죄책에서 자유를 선언하는 종교개혁의 칭의론을 신봉하는 교인들이 가시지 않는 죄책감의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루터의 칭의론을 따르는 개신교 신자들도 그들 머릿속의 교리적인 지식보다는 그들 안에 도사리고 있는 율법주의 성향과 욕구에 의해 더 은밀히 주관 받는다. 교회 강단에서 전파되는 메시지가 이런 문제의 처방책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칭의와 성화, 믿음과 행함이 뒤죽박죽으로 혼합된 메시지가 그리스도 안에서 죄인을 용납하시는 하나님의 파격적인 은혜와 사랑을 보지 못하게 하며 신자 안에 율법주의 성향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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